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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만들려다 CLI를 쓰게 됐다

1년 동안 코딩을 배웠는데, 결론은 코드를 안 짜도 된다는 것이었다.


LLM을 장착한 앱이 기존 앱을 다 먹어치울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앱보다 코드 에이전트1의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AI 서비스도 많이 나왔지만, 구글, Anthropic, OpenAI에서 직접 만든 도구들이 서드파티2 앱보다 훨씬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1) 코드 에이전트(Code Agent) — Claude Code, Codex처럼 코드를 읽고 쓰고 실행하며 작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I 도구.

(2) 서드파티(Third-party) — 플랫폼이나 원제작사가 아닌 외부 개발자나 회사가 만든 앱이나 서비스.


앱을 만들어보려 했다

바이브 코딩3이 화제가 됐을 때, LLM 래퍼4 앱을 하나 만들어보려 했다.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품질을 따지기 전에 완성 자체가 어려웠다. 그때부터 코드 읽는 법, 프로그래밍 아키텍처, 서버 개념 같은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3) 바이브 코딩(Vibe Coding) — AI에게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면서 코드를 만들어가는 방식. Andrej Karpathy가 2025년 제시한 개념.

(4) LLM 래퍼(LLM Wrapper) — LLM을 감싸서 특정 용도에 맞게 만든 앱. ChatGPT API를 연결해서 만든 챗봇 서비스 같은 것들.

1년쯤 지났다.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LLM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느낀다.


만들고 싶은 게 없어졌다

어느 시점부터 이상한 감각이 생겼다. 내가 아는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이미 누군가 만들었거나, 만드는 효용 자체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코드를 만드는 속도가 워낙 빨라지니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누군가 먼저 만드는 게 더 빨랐다. 웬만한 반복 작업은 IDE5에 작업 지시서만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꽤 일정한 결과물이 나왔다.

(5)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편집기. VS Code, Cursor 같은 것들.

모델 프로바이더6 외 회사들도 앞다투어 CLI, 스킬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6) 모델 프로바이더(Model Provider) — LLM을 직접 개발하고 제공하는 회사. Anthropic, OpenAI, Google 같은 곳.


하나의 하니스로 수렴할 것 같다

앞날 예측은 대부분 빗나가지만, 한 가지는 꽤 확신한다. 지금 난립하는 앱들 중 상당수가 결국 하나의 하니스7에 통합될 것 같다는 것.

최근 Claude Cowork 출시 소식에 미국 SaaS8 기업 주가가 출렁인 적이 있다.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닌 셈이다.

조금의 프로그래밍 지식만 있으면, 방향과 속도를 보면 그마저도 필요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중소규모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도구를 만들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꼭 앱을 만들지 않아도, Claude Code류의 하니스를 활용하면 IDE에서 일정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7) 하니스(Harness) — LLM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감싸주는 도구 모음. Claude Code, Codex, Gemini CLI 같은 것들.

(8) SaaS(Software as a Service) —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독해서 쓰는 방식. Notion, Slack, Figma 같은 서비스들.


그래서 지금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기보다, CLI와 스킬을 활용해서 어떻게 업무를 자동화하고 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코드보다 방법을 기록하는 쪽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일인 것 같아서다.